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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시기 상조 아니냐" vs 정부 "단기 충격 그칠 것"

■ 일본 소비세율 인상 D-7

소비절벽 → 경기악화 불가피

"엔저효과 과대평가 됐다" 집권당서도 우려 목소리

"아베노믹스로 증세충격 흡수"… 정부 "장기디플레 없다" 낙관



일본 '아베노믹스'의 명운을 좌우할 소비세율 인상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엔저와 실물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출범 1년여가 지나도록 6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세율인상이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인상시점인 4월1일이 다가올수록 시장은 물론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소비세를 건드리는 것이 "시기상조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월 이후에 대한 불안감 뒤에는 17년 전 경기회복을 자신하며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렸다가 일본 경제를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내몬 하시모토 정권의 쓰라린 실패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다음달 1일 현행 5%에서 8%로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전철역에서는 운임표 교체작업이 시작됐고 업계마다 가격인상 고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낮은 세율로 미리 물건을 사두려는 수요가 몰린 만큼 4월 이후 어느 정도의 '소비절벽'과 경기악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가 증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 경기둔화 이후 일본 경제가 곧바로 성장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증세 이후 가계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으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일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물론 일본 집권당 내에서도 4월 이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직전 소비세율 인상이 단행된 1997년의 기억과 맞물려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당시 지금의 아베 신조 총리와 마찬가지로 취임 1년3개월 만에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2%대까지 올랐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이듬해 마이너스로 끌어내리고 결국 증세 1년 만에 퇴진했다. 하시모토 당시 총리는 일본 경제가 경기보다 재정을 우선시하며 금융기관 부실채권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일본 경제에 세율인상이라는 폭탄을 던졌다. 그 결과 성장률은 1997년 1%대, 1998년에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998년 4월 16조엔, 같은 해 11월 20조엔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재정악화만 초래한 채 경기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치권에서 이번 증세 역시1997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세가 설익은 상태에서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취임 첫해 경제가 호조를 보였다는 점을 비롯해 현재 일본 경제상황이 1997년 증세 당시와 적잖은 유사점을 갖는다는 점이 이러한 불안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당시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진 후 "증세를 1~2년 늦췄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듯이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되면서 "엔저 효과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아베노믹스에는 소비세율 8%의 충격을 감당할 만한 힘이 없다는 목소리가 여당인 자민당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6개월 뒤면 일본 경제의 회복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뚜렷해지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역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 일본의 상황이 17년 전과 똑같지는 않은 만큼 일본 경제가 당시와 같은 장기 충격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공공사업을 대폭 줄였던 하시모토 정권과 달리 아베 정권은 5조5,000억엔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대책을 실행하는 등 증세 충격을 덜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6년 만에 산업계의 대대적인 임금인상이 실현된 점도 증세로 인한 실질적 소득감소 여파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세 1년 뒤 선거를 치른 하시모토 총리와 달리 아베 총리에게는 선거 부담이 없다는 점도 큰 차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강점으로 정권 기반을 다져온 아베 정권에 4월 이후의 경기흐름이 최대의 시험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중국의 경기불안과 신흥국 경기둔화, 동북아 정세불안 등 대외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아베노믹스가 증세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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