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물론 남미·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안으로는 경제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가운데 이삼중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밖으로는 대규모 머니파워를 앞세워 스리랑카·몰디브는 물론 미국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인도·파키스탄을 포함하는 남중국해 일대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까지 뻗어 나가며 미국의 패권에 거세게 도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지역·계층 간 불균형 심화를 겪는가 하면 과열된 증시의 거품붕괴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공상은행 30억달러, 중국수출입은행 20억달러, 중국개발은행이 50억달러의 차관 계약을 체결했다. 100억달러 규모의 차관은 페트로브라스가 해양탐사, 개발장비 임대나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페트로브라스는 그동안 유동성 부족과 국제유가 하락에다 비리 스캔들까지 터지며 브라질 경제를 휘청거리게 한 진원지다. 이 회사의 순부채는 3,325억헤알(약 120조원)에 이르고 비리 스캔들이 터지며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은행들이 페트로브라스에 대규모 지원을 결정한 것은 해외자원 확보와 함께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9일부터 남미 4개국을 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브라질에서 533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콜롬비아·페루·칠레에서도 대규모 돈 보따리를 풀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달 초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을 잇따라 찾은 데 이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밖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동안 중국 내부 사정은 곪은 종기가 터질 지경이다. 풀리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여기다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에도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는 경기부양 효과는 시진핑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둔화로 지방경제의 격차가 더 벌어지며 시진핑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FT가 예로 든 헤이룽장성의 경우 지난달 수이펀시의 택시 기사 30여명이 도저히 힘들어 못 살겠다며 베이징으로 올라와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헤이룽장성은 중국 내 낙후지역 가운데 하나인데다 그나마 활기를 띠던 국경무역도 러시아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며 개점휴업 상태다. 1ㆍ4분기 물가를 고려한 중국의 전체 성장률이 5.8%를 기록한 데 반해 헤이룽장성은 오히려 3.2%나 후퇴했다.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의 경우 소비ㆍ부동산 경기가 이미 침체에 빠진 지 오래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인 인타임시티가 분양한 아파트는 당초 79만위안에서 60만위안으로 25%나 가격을 낮췄지만 미분양 상태다. FT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운동이 가난한 지방정부의 소비ㆍ부동산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로드니 존스 위그램캐피털 설립자는 1ㆍ4분기 중국 31개 성과 시 가운데 11개 성ㆍ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물경제 위험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일 태양광 업체 하너지박막발전의 주가가 24분 만에 47%나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던 리허쥔 하너지그룹 회장의 자산도 14조원이나 증발했다. 더욱이 리 회장이 주총에 불참하며 하너지에 대한 주가조작·분식회계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 FT는 하너지의 고금리 그림자금융 대출이 수십억위안에 이르는데다 그룹 내부자거래 의혹까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하너지가 주가하락 등으로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경우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위기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
다급한 중국은 인프라 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사흘 동안 산둥성 지난과 난창, 네이멍구 후허하오터 등에 4,500억위안(약 79조2,000억원)의 철도 투자를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잇따른 금리·지급준비율 인하로도 경기부양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자 주로 하반기에 집중되는 철도 투자를 상반기로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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