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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대폭락] 신흥국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글로벌 자금 이탈에 직격탄

인니 루피화 16년만에 최저

태국 증시도 이틀째 하락세


신흥국 금융시장이 유가급락과 달러강세라는 대형 악재에 통화·채권·주가가 동반 폭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급락으로 촉발된 금융혼란이 원자재 수출국은 물론 원유 수입국까지 전염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들의 자산에 대해 무차별적인 투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투자가들은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는 미국 외환거래 펀드로부터 25억달러를 빼갔다. 지난 1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정치·금융 불안정이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착수한 지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현재 내년 중순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강세,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가 널려 있는 가운데 유가마저 연일 추락하자 투자가들은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채권·주식 등을 마구잡이로 내던지고 있다. 원유 수출국인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는 올 하반기에만 23%나 폭락했고 자원 부국인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각각 9년 9개월,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20개 신흥국 통화지수는 2003년 4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또 시카고옵션거래서(CBOE)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 변동성지수가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헤지펀드인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테판 젠 파트너는 "투자가들의 투매가 확산되면 신흥국 외환시장이 완전히 붕괴될(melt down) 수도 있다"며 "(달러강세를 가속화할) 미 경제회복이 지속되는 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유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흥국 자산 청산 움직임이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유가하락의 수혜가 기대되는 원유 수입국으로까지 전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터키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금융불안은 그동안 외국인들의 투자 선호지역이던 동아시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태국 증시는 15일 장중 한때 9%나 폭락했다. 씨티그룹의 엘베크 무슬리모프 신흥시장 이사는 "신흥시장에 대한 명확한 전염 신호"라며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이하로 하락한 게 터닝포인트(전환점)로 시장이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을 내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연준이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시사할 경우 외국인들의 무차별 투매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시장 친화적인 환율제도 등 신흥국 전반의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나은데다 경상수지·구조개혁 등 각국 사정도 달라 신흥국 간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인베스텍자산운용의 막스 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유가하락은 글로벌시장에 호재였다"며 "신흥국 자산을 내던진 투자가들은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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