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이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해외투자가들에 사전에 약속했던 '신용라인(대출허용 잔액)' 적용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인도의 사회 인프라 개발업체와 해운업체 등 2개사는 최근 CDB로부터 각각 약속된 대출의 승인 여부에 대해 좀 더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다. 신문은 "중국 당국이 그림자금융 문제를 다루면서 해외대출 역시 보다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CDB와 중국 수출입은행은 매년 세계은행(WB)보다 더 많은 금액을 신흥국 기업 및 정부에 대출해 '국제대출은행' 기능을 담당해왔다. 지난 2년 동안 이들 은행의 해외대출은 60%가량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양 은행은 통상 중국 시중은행들에 관련 채권을 매각해 대출을 실현해왔다.
하지만 자국 내 자산 부실화로 그림자금융에 대한 파문이 커지면서 중국 은행들의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자 중국 규제당국이 해외대출 승인 및 처분에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미국 국적의 국제해운그룹은 중국 수출입은행의 요구로 블랙스톤 산하 기업에 배 5척의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덴마크 톰사도 CDB의 요구로 배 수 척을 해외 기업에 팔았다. FT는 "예전이라면 이들 자산은 중국 내에서 시중금리 이하로 매각됐을 것"이라며 "최근 들어 CDB와 중국 수출입은행은 해외 부실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파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전했다. 지난 1년 동안 10년물 중국 국채 수익률은 1%포인트 상승한 반면 CDB 대출금리는 2%포인트 오르는 등 해외대출에 대한 제한 기조도 본격화되고 있다.
위안화 대출이 인민은행의 예상보다 급증한 것도 대출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인민은행의 4·4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위안화 대출은 14.1%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농촌 관련 대출이 10월 이후 급증하며 가이드라인인 10%를 크게 넘어섰다.
FT는 "해외대출 축소 및 공격적인 자금운용은 향후 중국 정부의 그림자금융 처리 방향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시사한다"며 "이제 그림자금융 문제는 중국을 넘어 국제금융시장에까지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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