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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강대국 패권다툼 연상…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경계를"
입력2010-10-03 18:08:34
수정
2010.10.03 18:08:34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1900년 전후 당시 조선이 창궐하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돼 결국 국권마저 침탈을 당해서일까.
대륙과 해양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는 강대국 간 패권다툼의 양상이 나타날 때면 항상 1910년 경술국치의 상황이 오버랩되고는 한다.
해방ㆍ남북분단, 그리고 전쟁마저 치렀던 한반도로서는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강대국의 패권다툼이 반갑지 않다. 패권다툼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더구나 남북이 분단돼 있고 아직도 휴전상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최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환율과 무역전쟁,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간의 영토갈등이 노골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다시 구한말의 상황이 되나'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과 100년 전의 조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췄고 군사력에서부터 국제사회의 지위가 당시의 '힘 없고 가난한 나라' 조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일수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는 "지금의 상황과 1900년 전후의 동북아 정세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인데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이기도 하며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구한말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다만 앞으로도 한반도가 갖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그와 유사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00년 전후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면서도 한반도 주변 4강의 패권다툼이 시작되고 그것이 남북문제와 결합돼 작용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뒤 한반도 변수가 더욱 증폭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또 중국의 힘이 증폭돼 있고 패권주의적 경향을 갈수록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패권다툼이 시작되면 주변 4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해준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주변 4강과의 균형외교를 펼치고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기반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남북 간 갈등을 초래하는 문제들 거의 모두가 국제적 성격을 띤다"면서 "남북 간의 소통 확대, 한미동맹, 한중 간 협력 공고화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도 "우리가 동북아 정세의 '균형자'가 되든 '조정자'가 되든 중간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지정학적 위치의 불안감을 장점으로 살리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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