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정년연장 등 쏟아지는 노사 현안으로 올해 최악의 하투(夏鬪)가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5월 임금단체협상 타결률이 지난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임단협 진척이 저조하다. 이는 노사가 주요 현안에서 팽팽히 맞서며 아직 의견절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 등 대대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임단협 타결률은 10.7%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전산 시스템에 관련통계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1997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5월 기준 타결률은 2002년과 2009년에 각각 26.5%, 25.7%였으며 최근 2~3년간에도 13~15% 수준을 유지했다.
본격적인 임단협 돌입 시즌이 6월인 점을 감안해도 역대 최저 수준의 타결률에 머무는 것은 그만큼 올해 산업현장에서 첨예한 노사갈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독 노사 관련 대형 이슈가 많은 올해 치열한 하투가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전조"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단체는 6월 말 대규모 집회를 통해 다음달 총파업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개별 업체별로도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해 현대자동차 노조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지난달부터 장기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강성으로 분류되는 지도부가 들어선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2일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20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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