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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류 민주주의 수준 보여주는 우리 '공청회 문화'

국토교통부가 23일 열 예정이던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 공청회가 중개업자들의 거센 반발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됐다. 공청회에서는 중개보수 인하안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개회사 이후 중개업자들이 단상을 점령하면서 강제 중단되고 말았다. 공청회에 제안된 안은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수개월 동안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공청회 일정까지 미리 공지된 것이었다.

이 같은 공청회 파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교원평가제, 전력산업 구조개편, 약사법 개정 등 중요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반복돼왔다. 이달 7일 교육부가 주최한 '사립유치원 재무·회계 규칙 제정 공청회'가 사립유치원들의 반대로,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회의장 난입으로 열리지 못하는 등 갈수록 빈발하는 추세다.

공청회는 국가·지방자치단체나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계 목소리를 청취·수렴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이해집단의 입장을 정책결정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리이자 찬반논의 속에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토론의 장(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공청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행위는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절차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떼쓰기와 폭력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공감하겠는가.



우리 공청회 문화가 난맥상을 보이는 것은 이익집단의 이기주의 탓이 크지만 공청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하지 않거나 열더라도 정부 안을 확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정부가 4월 발전소·송전탑 건설시 공청회나 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의견조차 듣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발상부터 바꿔야 올바른 공청회 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청회를 한두 번이 아니라 주요 분야별로 나눠서 열고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개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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