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잦아들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통화정책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미국의 낮은 인플레이션도 목표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준 내 일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29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회의(잭슨홀 미팅) 마지막 연설에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것으로 믿을 타당한 근거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 상당한 시간차이가 나는 만큼 목표치인 2%로 돌아갈 때까지 긴축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 내 2인자로 재닛 옐런 의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중도' 또는 '온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피셔 부의장이 다소 매파적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연기설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시장에 경고성 사인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미 달러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피셔 부의장은 "지난 몇 년간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상승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그동안 물가 상승을 제약하던 요인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저물가는 유가 하락, 달러화 가치 상승 등 일시적인 요인 탓이 크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 새로운 환경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고 지금 결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국은 금리인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최근 경제지표들은 인상적이었다"고 말해 9월 금리인상 카드가 여전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웰스파고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피셔 부의장은 (9월4일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가 안정적이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다음달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의 짐 글래스만 이코노미스트도 "옐런 의장이 시장이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29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는 이전과 비슷한 (탄탄한)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해외 악재를 감안해야 하지만 금리인상 전략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로레타 베스터(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중국 성장 둔화, 미국의 저물가, 강달러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준 인사도 많다. 나라야나 코철러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옐런 의장의 최측근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도 26일 "중국발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9월 금리인상이 몇 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의 9월 금리인상 여부는 피셔 부의장의 발언대로 앞으로 나올 미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상황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중국이 다음달 3일 전승절 기념행사가 끝난 뒤에도 금융 안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지가 중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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