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개인소비와 수출이라는 안팎의 성장동력에 모두 제동이 걸린 탓이다.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지지율 급락에 시달리는 아베 신조 총리는 안보정책에 대한 여론 악화에다 집권 이래 최대 성과로 자부해온 경제까지 흔들리면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시장에서는 아베 총리가 연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0.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연율 기준으로 환산한 성장률은 -1.6%로 시장 전망치인 -1.9%는 소폭 웃돌지만 전 분기의 4.5%와 비교하면 크게 위축됐다.
경기를 끌어내린 것은 일본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와 수출이다. 개인소비는 임금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탓에 전분기 대비 0.8% 감소하며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이 소비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중국 경기둔화의 여파로 수출도 4.4%나 줄었다.
일본 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기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마이너스 성장에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경기까지 꺾일 경우 오는 2018년까지 장기집권을 향한 아베 정권의 행보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안보 문제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경제를 등한시한 아베 총리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중의원에서 처리된 경제개혁 입법은 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건에 크게 못 미친다. 안보 관련 법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 묻혀 경제개혁이 표류하는 형국이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의 로버트 펠드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정책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베 정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재생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적인 요소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7월 이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저온현상으로 계절성 소비가 위축된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하반기 경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9월에도 수출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위안화 절하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받고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세계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면 일본 내 소비나 설비투자가 살아나기도 어렵다.
시장에서는 정국 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진 아베 총리가 향후 경기 추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나 재정을 동원한 부양카드를 올해 안에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개인소비 부진이 지속되면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아베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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