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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문화로 하여금 길을 열게 하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은 그저 보호하고 지원하며, 즐기고 박수쳐주면 되는 여가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문화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은 게임, 드라마 수출, 대중가수의 해외 활약상 등에만 국한돼 있을 뿐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문화예술이 사회를 바꾸고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체계의 대전환)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부족의 결과다. 상황이 이러하니 문화예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현안이 되지 않고 긴급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대상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예술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도 여흥의 가십거리도 아니다. 민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고 국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며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따뜻한 힘이다. 저명한 미래학자들은 십수 년 전부터 이를 갈파했고 그 가치와 가능성은 이미 국내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로마제국의 마에케나스는 예술이 사회통합의 지평임을 입증했고 눈부신 문예부흥을 일으킨 르네상스는 예술이 새로운 시대의 견인차임이 실체화된 것이다.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이고 창의성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는 오늘날의 예술은 그 자체가 능력이고 새로운 솔루션이다. 문제는 문화예술의 위대한 능력을 시대의 발전에 접목시킬 수 있는 답을 찾는 것이다.

예술은 창의적이다. 고로 새로운 역동성을 찾지 못하면 정체되고 퇴락하고 만다. 이는 르네상스의 요람이었던 이탈리아 피렌체가 창조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국가의 영광도 종말을 고했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예술은 민주적이다. 태생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예술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인, 존중으로 발전한다. 백남준 선생이 비디오아트의 신지평을 열었듯 예술은 주변 모든 지식수단과 통섭과정을 펼치며 인간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런 예술의 강점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돼야 한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남겨두고 있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국가대계로 발전시켜나갈 지도자가 당선된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화계에 종사하는 한 명으로서 이번 대선을 통해 그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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