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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기세포 연구환경, 정부가 앞장서 개선해야

차병원 연구팀이 성인의 체세포와 공여받은 난자로 복제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큼 다가선 쾌거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파동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 줄기세포 연구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다만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환경은 전 같지 않다. 국내 생명윤리법령 등 규제 강화로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됐다. 병원 측이 2009년 국내 연구계획 승인을 요청하자 황우석 사태로 잔뜩 움츠러든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동결 보존된 난자나 미성숙 난자, 비정상적 난자 등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난자만 사용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척박한 연구환경으로 지금도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연구를 접었고 일부는 동물복제 연구에 머물러 있다.

차병원 연구팀이 미국으로 연구기지를 옮기자 한국에서는 3년 걸려도 실패한 연구가 단 몇 개월 만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20여개 주(州)와 영국 등에서는 한국과 달리 연구용 난자 기증·모집과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까지 허용한다. 국내 규제와 강성 노조에 시달린 제조업체가 해외투자로 돌파구를 찾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차병원 측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자 복지부는 뒤늦게 신선한 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연구 요청이 들어오면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승인해줄 수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다행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관련 규제를 미국·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 경쟁 가능한 줄기세포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연구를 하려면 대학병원 등 연구기관의 자체 생명윤리위원회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이중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이 한국을 뜨게 만드는 연구환경이라면 2020년 16조원으로 커질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지금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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