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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5월 28일] 바람아, 선거판서 물러가다오

유권자가 주인 행세하기 힘든 세상이다. 나흘 앞으로 다가와 막판 열기가 뜨거운 6ㆍ2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1명당 8명의 일꾼을 뽑는다. 1만20명이 후보 등록해 평균 경쟁률이 2.5대1이다. 유권자들이 제대로 투표하려면 평균 후보 20명의 인물분석을 해야 하는 '가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유권자에게 상당 수준의 사람 보는 안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묻지마 투표나 줄 투표로 인한 로또 선거를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여야가 각각 북풍(北風)과 노풍(盧風)을 은근히 기대하며 총력전을 펼치면서 바람이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北風·盧風에 유권자들만 혼란 여권이 연일 내놓고 있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와 후속 대응조치 발표, 관련 외교일정 등을 보면 마치 일일 연속극을 시청하는 듯하다. 천안함 사고가 '북한도발'에 따른 것이라 해도 사건발생 두달 뒤인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0일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다음날인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외교ㆍ통일ㆍ국방부의 합동 대응책이 나왔다. 이후 천안함 사태 관련 국조공조에 초점이 맞춰진 일련의 외교일정은 지방선거까지 빡빡하게 이어진다. 아무리 위중하고 긴요한 상황이라 해도 선거정국에서는 오해받기 십상이다. 야권의 선거전략도 바람에 의존하는 인상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초반 야권 후보 단일화로 바람몰이를 시작한 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맞춰 노풍을 '태풍'으로 바꿔놓으려 했던 것 같다. 한명숙 전 총리(서울시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충남도지사), 이광재 전 민주당 국회의원(강원도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 등 대표적인 친노 인사들을 대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전진 배치한 게 그렇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당 지도부가 경남 봉하마을에 총출동하고 서울광장에서는 1박2일 추모행사를 가진 것도 따지고 보면 노풍에 기댄 것 아닌가. 선거의 대세는 바람이 가른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 바람은 모르되 인공 바람이라면 한 정당이 일으킨 바람은 상대 당의 맞바람을 불러온다. 바람대결에서는 진정한 표심이 투표결과에 반영되기 어렵다. 정당의 인위적인 바람 선거전략은 유권자의 표를 도둑질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이다.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정당보다는 인물 본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사정은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이 더 잘 안다. 후보 개인이 제시한 공약들을 보면 눈에 띄는 게 많지만 정당 공약은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재탕 일색이다. 정당의 공약이 지방행정에서 이행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다. 그런데도 각 정당은 왜 지방선거에 목을 맬까. 첫째는 정당ㆍ대선주자ㆍ국회의원 등의 조직관리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에서 기초단체 의원 후보까지 공천할 수 있다. 자리가 많아 나눠줄 파이가 많으니 정치인이 무관심할 리 만무하다. 고질적인 계파정치가 정치권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정당의 '공천장사'다. '돈 선거'의 독버섯을 자라게 하는 토양이다. 셋째는 선거결과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정당들의 오만이다. 투표 참여로 유권자 권리 찾아야 이제는 정당의 지방선거 개입을 최소화해 차분하고 냉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할 때다. 이는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꼼꼼하게 따져 현명하게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 구청장의 경우만 해도 막대한 예산과 주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관련된 인허가 및 규제 단속권 등 3,888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꾼을 잘못 뽑으면 세금이 늘어날 수 있고 행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수고스럽더라도 후보의 도덕성ㆍ자질ㆍ능력 등을 잘 살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유권자의 의무다. 유권자의 권리 찾기는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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