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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1월 23일] 리더십 시험대 선 원내 사령탑

국회운영의 양대 수레바퀴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그들이 요즘 손을 맞잡고 카메라 플래시 앞에 서는 등 다정한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정치권에서 흔해 빠진 이미지 정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그런 가식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은 원내대표 회담이란 말을 붙이기조차 어색할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만난다. 협상 당사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꼼수 끼어들 틈 없는 호형호제 사이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신뢰관계가 있다. 나이로 따지면 박 원내대표가 68세로 59세인 김 원내대표보다 9세 위다. 반대로 선수로 보면 김 원내대표가 4선으로 재선인 박 원내대표보다 2배 높다. 누구를 얕잡아 볼 수 없는 처지다. 또 두 사람은 상대를 너무 잘 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권모와 술수가 안 통하고 꼼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 김ㆍ박 원내대표는 각각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YS)ㆍ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다. 김 원내대표가 선 굵고 호방한 정치로, 박 원내대표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꼼꼼하고 치밀한 정치로 YS와 DJ의 닮은꼴이다. 그렇지만 두 전직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본 만큼 한 시대를 풍류했던 '양김(兩金) 정치'의 한계도 잘 안다. 두 사람 모두 상도동식 또는 동교동식 계파정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모색하고 있다. 부산과 전남 목포 출신으로 YS와 DJ의 정치적 고향인 영호남에 정치기반을 둬 자산을 물려받았지만 YS와 DJ가 남긴 지역정치 극복의 부채도 함께 떠안았다. 국정경험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민정ㆍ사정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냈고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치논리에 매몰되기 쉬운 정치권에서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상만 좇기 쉬운 정치입문에 앞서 사업을 하면서 상인적 현실감도 갖췄다. 김 원내대표는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의 친동생이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외삼촌으로서 삼동산업을 경영해봤다. 박 원내대표도 미국에서 가발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뉴욕 한인회장을 맡는 등 재미사업가로서 성공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큰 도전에 맞서 있다. 4대강사업ㆍ복지예산 등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여야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시점에 민간인 사찰의혹, 청목회 입법로비 관련 검찰수사 등 정치쟁점이 새해 예산안과 중요 입법을 다루는 연말 국회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열흘 남은 법정시한(12월2일) 내 예산안 처리가 올해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행히 22일 파행 닷새 만에 국회가 부분 정상화했다. 민주당이 예산심의에 복귀하되 법안심사는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환상콤비 걸맞은 드라마 연출을 국회는 대의기관으로서 예산 통제권을 가진다. 정부가 국민 혈세로 마련되는 예산을 제대로 쓰게 하는 건 국회 본연의 임무다. 내년 한 해 살림살이 규모를 309조8,000억원으로 짜온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데 열흘이란 시간이 물리적으로 빠듯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허송세월을 한탄만 하고 말 건가. 시험 공부가 부족했다면 벼락치기라도 해야 한다. 국회가 남은 기간 밤을 새워 예산심사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졸속ㆍ부실심사를 하지 않고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가 7년째 계속돼온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의 잘못된 관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임기 1년짜리 원내대표 임기 중 예산안 처리보다 중요한 임무가 어디 있는가. '환상의 명콤비'라는 명성에 걸맞게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멋진 드라마를 연출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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