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이 일본에서 1만가구 이상의 임대용 주택부동산을 사들인다. 엔화약세에 따라 달러로 환산한 일본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싼 값에 매입한 뒤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2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법인으로부터 주거용 부동산 사업을 1,900억엔(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GE는 도쿄와 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등 일본 대도시 내 아파트 건물 200동 이상, 총 1만가구 이상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올 들어 일본에서 성사된 부동산 매매 가운데 단일 거래 규모로는 최대다.
일본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아시아 부동산 임대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블랙스톤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일본을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유사한 투자를 추가 검토할 것"이라고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임대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재 미국 임대주택시장을 중심으로 133억달러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4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부동산펀드를 별도로 조성한 바 있다. 펀드 조성을 담당한 존 그레이 부동산담당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가 부동산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쿄 소재 크리디트스위스의 모치즈키 마사히로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는 일본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엔화약세로 일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해외 투자가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저금리와 엔화약세, 일본의 땅값 및 임대료 상승으로 올 들어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일본 상장기업들의 토지 및 부동산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10% 늘어난 2조2,500억엔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해외자금의 거액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도쿄역 인근 빌딩을 1,700억엔에 사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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