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몽골과 러시아에 동시 체류하며 남북한 접촉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23일로 예정됐던 북ㆍ러 정상회담이 24일로 하루 미뤄지며 남북한이 러시아를 매개로 한 간접접촉 또는 대리인들의 비밀접촉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여기에다 중국을 방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2일 몽골을 찾으면서 이런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1일부터 몽골ㆍ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이 대통령은 22일 현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머물며 정상외교를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사흘째인 전일 아무르주(州) 부레야 수력발전소를 방문한 뒤 아무르주의 또 다른 도시인 스코보르디노에 들러 북ㆍ러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동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인근의 울란우데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23일 울란우데에 도착한 뒤 하룻밤을 묵고 24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들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코보로디노는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 송유관의 중국 쪽 지선이 출발하는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스코보로디노에서 헤이룽장성의 석유기지 다칭(大慶)을 잇는 1,000㎞ 구간의 송유관을 완공한 뒤 같은 해 11월 시험 가동하고 올 1월 초 본격 가동하고 있다. 현재 월 100만톤을 넘는 원유가 이 송유관을 통해 운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스코보로디노를 방문했다면 전날 부레야 발전소에 이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근접 체류한다고 해서 두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외교관계와 달리 남북 간 정상의 만남이 우연히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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