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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천안함' 암초 만난 한국영화산업

정지영 감독 제작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파괴력이 이처럼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8월27일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언론사 기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도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국방부 주장의 모순을 꼬집었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그동안 여러 곳에서 제기된 '설'들을 정리해놓은 정도로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감독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등 법적 논란이 더 이슈가 됐다.

문제는 9월5일 개봉하고 이틀 만에 시사회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던 메가박스가 갑자기 상영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메가박스는 이에 대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 예고로 일반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화계가 발끈한 것은 당연지사. 극장이 외부 압력으로 상영 중인 영화 간판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자유롭게 영화를 찍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10일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천안함 프로젝트'가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 탄압을 받는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상영 중인 다른 영화관에 관객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축제기간이라 할 정도로 좋다. 올해 8월 한 달 한국 영화는 2,195만명을 동원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화 포함 전체 관객도 2,912만명으로 최고치였다. 관객들이 몰리고 매출이 올라가니 대형 영화사뿐 아니라 중소 제작사까지 활기가 넘쳤다. 그들의 꿈은 '7번방의 선물'의 영광을 재연하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중단은 한 영화의 유불리를 떠나 영화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영화업계로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기자가 접촉한 감독이나 관계자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었다. 단순한 외압 논란이 아니라 최근 '종북' 논쟁 등의 민감한 사회 분위기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화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등 문화산업은 자유로운 창작활동 보장을 기본으로 한다. 이번 일로 극장ㆍ제작사ㆍ투자사 등 영화인들이 혹여나 자기검열의 압박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는 분명 글로벌시장을 향해 가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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