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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남에는 갑부만 사나

정문재 <정보산업부장>

“세금이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 거위의 비명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털을 뽑아내야 한다.” 프랑스의 루이14세를 보좌해 절대왕권을 수립하는 데 기여한 재상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말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만큼 세금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콜베르는 중상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부(國富) 축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추진했다. 그러나 국부를 늘리기 위해 무작정 세금 부담을 높이다 보면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음 소리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기술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7월부터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이달 말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당정협의를 통해 제시된 대책에는 공영개발 확대 등 여러 방안이 있지만 핵심은 부동산 관련 세금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유세 1%,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인하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높임으로써 부동산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세로 굳어지는 보유세 1% 특히 보유세 1% 부과는 이제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현재 집값의 0.15%에 불과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인 1%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의 보유세 부과를 주장한 데 이어 모 경제단체장도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이 1%라면 우리는 땅이 미국보다 좁으니 2~3% 수준까지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말이 1%지 그 부담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것은 부동산가격 급등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서울 강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1가구 1주택 보유자가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글로벌스탠더드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미국과는 달리 가계보유 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미미한 상황에서 1%의 보유세는 강남 거주자는 물론 중산층 모두에게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강남에는 돈 많은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학교 교사나 서기관급 공무원, 대기업 중간 간부 등 중산층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20~30평형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한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 아파트는 약 23만가구다. 이 가운데 30평형대 이하가 16만4,000가구로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교사나 공무원의 연봉은 4,000만~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올 2ㆍ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11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참여정부 들어 공적연금이나 사회보험 부담이 늘어나면서 월급쟁이들의 가처분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부담능력 고려해 과세해야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 1%는 강남에 사는 중산층의 살림살이를 더욱 빠듯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강남 아파트 31평형의 경우 현재 시가가 약 9억원 내외다. 1%의 보유세율을 적용하면 한 해 세금이 900만원에 달한다. 저축한 돈이라도 많다면 모르지만 이렇게 많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연간 4,000만~5,000만원의 근로소득이 유일한 수입인 경우 소득세 등을 내고도 매년 900만원을 부동산 보유세 명목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 강남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강남은 갑부들만의 성역이 되고 만다. 현대 국가의 과세 기준은 이익에 따라 세금을 낸다는 ‘응익(應益)원칙’과 납세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한다는 ‘응능(應能)원칙’을 바탕으로 삼는다. 아파트 가격이 뛰어 이익을 봤으니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도가 있다. 담세능력을 초과한 과세는 ‘거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털을 뽑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苛政猛於虎)”는 공자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세금을 매기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거위(국민)와 농장(국가)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세정(稅政)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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