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자는 피아노로, 의대생은 의술로, 수학ㆍ영어 전공자는 학습지도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또 소년소녀가장 돕기, 결손가정 방문, 독거노인 및 탁아시설 봉사, 장애인 재활운동 돕기 등 모든 분야의 봉사를 다할 것입니다.” 연세대학교가 개교 120주년을 맞아 교내에서 활동하는 20여개의 봉사단을 통합해 지난달 초 ‘연세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초대 단장을 맡은 박홍이(59)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6일 “봉사단은 지역 자원봉사로 출발해 점차 전국적 규모로 확대한 뒤 해외 봉사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의 제의였지만 교수ㆍ교직원ㆍ학생 누구라도 박 교수가 봉사단을 이끌 최적임자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박 교수의 삶 자체가 나눔ㆍ섬김ㆍ봉사이기 때문이다. 94년 20만원의 기금을 마련해 불우이웃을 도와주었던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는 매주 토요일은 물론 틈나는 대로 소외이웃을 찾아가 독거노인의 말벗도 해주고, 장애인의 발도 돼주고, 소녀가장의 아빠도 되어 준다. 심지어 행려자 시신의 ‘염’봉사까지 해줄 정도. 또 봉사단체인 ‘연세나눔동네’를 설립해 교수와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직접 기부금을 걷고 ‘한 사람이 한 주 한 시간을 봉사하자’는 모토로 ‘즐거운 톰’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에서도 전공과목 외에 봉사와 관련한 교양과목을 맡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남의 어려움을 알고, 있으면 나눠주고, 힘들면 도와주어야 한다”며 봉사할 줄 아는 미래지도자를 키우는 데 열심이다. 그가 ‘연대 봉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나눔의 생활화’엔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박 교수는 전한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덕분에 9남매인 우리는 부유하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남에게 베풀라는 말씀을 강조하셨고 실제로도 그렇게 키우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갖기보다 남에게 주는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가르침 덕분에 제자들이 선물해준 고가의 만년필을 몇 번이나 남에게 주고, 좋은 책도 나눠줘서 똑 같은 책을 수십번씩 구입했던 경우가 빈번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뿌듯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에겐 ‘봉사왕’외에 다른 별칭이 많다. 검도인ㆍ화가ㆍ만화작가ㆍ아코디언 연주자ㆍ수영선수ㆍ태극권자ㆍ독종 교수 등등. ‘남자는 문ㆍ무를 겸비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학교 때부터 50년간 검도 수련을 한 공인 5단이다. 아울러 공수 4단 및 유도 초단이며 최근엔 태극권에 심취해 있다. 또 책을 낼 정도의 만화 에세이 작가이며 그림 및 수영은 수준급. 1년 전부터는 행려결핵환자를 위한 위로 공연을 목표로 아코디언에 몰두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고. 특히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학술지에 3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해 최다 연구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30분간 참선을 통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남이 귀하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박 교수는 “몸뚱이 다하는 날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다”며 “‘아름다운 학교’를 세워 어려운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