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지분을 팔고 나가는 이른바 '먹튀' 행태를 재연한다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게 뻔하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번번이 노출되는 데는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입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그간의 기업정책 기조가 소유분산 유도에 집중되다 보니 10대그룹 상장사 6곳 중 1곳의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및 계열사 우호지분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자연히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계열사 간에 주식을 나눠 갖는 순환출자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가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주주가 경영권 분쟁에서 쓸 수 있는 방어수단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번 기회에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것도 결국은 미국에서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제도 때문이었다. 7% 지분에 불과한 마윈 회장이 마음껏 경영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다. 국내 기업들이 매번 외국계 헤지펀드의 놀이터가 되도록 둘 수는 없다. 흔히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지만 자본가에게는 엄연히 국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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