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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울고 웃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주택시장이 수급과 경기전망보다는 정부의 단기 처방에 따라 널뛰기를 하는 모습은 올해도 반복됐다. 정부 대책의 효과는 신규 분양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져 전국의 청약시장은 연말까지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반면 전셋값은 연중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도 빨라져 무주택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대책에 출렁인 주택시장= 연초 주택시장은 지난해 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등 규제 완화에 힘입어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담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살아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주택자의 투자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수도권 매매시장은 4월이후 7월까지 4개월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전의 계기 역시 정부 대책이었다. 주택 대출 규제를 완화한 '7·24 대책'과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대책'이 잇달아 나오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회복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들어 가격 단기 급등과 부동산 법안 통과 지연의 영향으로 상승동력이 약해지는 모습이어서 29일 예정된 부동산 3법 국회 본회의 처리가 새로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 아파트값이 3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고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2.71% 올라 2012년(-3.79%)과 2013년(-0.13%)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 전환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11월까지 누적 주택거래량도 총 91만4,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해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주택시장이 정부 정책에 따라 출렁이기는 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3년 만에 상승 전환하고 거래량도 크게 늘어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내년에도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후끈 달아오른 분양시장=올해 가장 뜨거웠던 곳은 단연 신규 분양시장이다. 기존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분양시장은 몰려드는 청약 인파로 모델하우스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06대 1로 지난해 2.84대 1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부산 금정구 '래미안 장전'이 평균 146대 1로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대수 수성구 '브라운스톤 범어'(142대 1), 경기 성남 '위례 자이'(140대 1), 부산 서구 '대신 푸르지오'(131대 1) 등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들이 속출했다.
특히 올해 청약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8곳이 부산·대구·경남에 몰려 있는 등 지방 분양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건설사들도 분양시장 호조에 힘입어 그동안 미뤄왔던 물량을 쏟아냈다.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33만6,000여가구로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서민 전세난은 더 심해져=반면 올해 무주택 서민들은 전셋값 상승과 전셋집 품귀 현상으로 애를 태워야 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24% 오른 가운데 수도권이 6.91%, 지방이 5.05%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속된 전셋값 상승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0%를 돌파하며 '깡통 전세'의 위험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면서 빚어진 수급 불균형을 전셋값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 전세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났지만 월세거래는 11.7%나 증가해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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