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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형 풍자는 날카로웠다. 모처럼 마음이 시원해졌다. "이거 낯뜨거워서 드라마를 못 보겠어." "불륜에서 시작해 불륜으로 끝난다는 이야기야." "대한민국이 불륜 공화국이야?" 개그맨 장동혁이 29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내뱉은 드라마와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다. 최근 방송 3사에서 방송한 드라마 가운데 50% 이상이 불륜을 소재로 삼았다는 신문 기사를 소재로 안방극장 풍토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언제부턴가 불륜은 드라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가 됐다. 불과 몇 년전까지 아침극에서나 활객를 치던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이젠 가족이 함께 보는 일일극과 주말극에도 등장한다. 등장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를 연출해 공감대를 만들기보다 불륜과 맞바람, 복수로 이어지다보니 한류팬 사이에서 '한국은 불륜 공화국이다'는 편견까지 생겼다. "대한민국이 불륜 공화국이야"라고 관객에게 묻던 장동혁은 "케이블 이야기냐고? 공중파 이야기야! 자세히 들어가면 깜짝 놀랄거야"라고 외쳤다. 그리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쭉 읊었다. "아침 7시 50분에 유부녀랑 불륜(MBC <주홍글씨>), 8시 40분에게 유부남에게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내연녀(SBS <여자를 몰라>), 그리고 9시20분 유부남과 처녀의 사랑(KBS 2TV <엄마도 예쁘다>). 그래놓고 저녁 7시 15분엔 두 집 살림(SBS <세자매>), 8시 15분엔 장인하고 사위하고 삼각관계(MBC <황금물고기>)." 아침과 저녁을 번갈아 시간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장동혁은 "어떻게 된 게 불륜이 한 시간에 한 번씩 나와"라면서 라디오 방송을 빗대어 "불륜이 57분 교통정보야? 잠깐만, 우리 이제 불륜해봐요. 아무나 만나요"라며 혀를 찼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장동혁은 "형이 말하고 싶은 게 뭐냐. 아직도 대한민국에 건전한 가정이 많다는 거야. 가치관에 혼란이 오잖아"라면서 "좀더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 눈과 귀를 즐겁게 해달라는 말이야"라고 외쳤다. 방송가에는 불륜 드라마가 판을 치는 건 드라마 작가와 PD가 40대 이상 여성 시청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란 해석이 많다. 시청자에게 익숙한 불륜 이야기를 확대ㆍ재생산하느라 불륜을 일상처럼 착각하는 시청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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