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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서도 시장안정 구원투수로… 출구전략 충격 극복할까

금리 인하·채권 매입 등 경기부양책 적극<br>금융기관 감독권까지 꿰차고 '큰 은행'으로<br>"정부에 떠밀려 총대" 독립성 침해 우려도



'회색 양복을 입은 따분한 사람이 록스타가 됐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5년간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변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중앙은행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는 공급 통화만 일정하게 늘리면 물가안정 및 장기 경제성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시장감독 기능까지 강화하는 등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와 다른 신흥국에서도 이 같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눈에 띈다. 위기의 시발점이 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시장안정에 애를 쓰고 있다. 헤알화의 가치 안정을 위해 브라질 역시 600억달러를 시장에 푸는 등 강력한 시장개입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앙은행의 늘어난 역할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자유방임주의시대(17세기~1929년)에는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다가 수정자본주의시대(1930~1979년)에는 적극적 통화팽창정책을 폈고 신자유주의시대(1980~2008년)에는 통화량만 일정 수준으로 관리했으나 이제는 전반적인 금융안정을 총괄하는 '큰 중앙은행'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중앙은행이 보이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안정의 총대를 멘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정부를 대신해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고 채권을 매입(연준)하거나 장기대출프로그램(ECB)을 시행했다.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2009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리고 처음으로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일본은행(BOJ) 또한 '2년래 물가상승률 2% 달성'이라는 구호 아래 막대한 돈을 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신자유주의 시대 당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에 입각, 일정한 통화 공급만으로 물가안정 및 장기 경제 성장을 유도하던 '소극적' 태도를 벗고 180도 변신한 것이다. BOE의 데이비드 블랑크플라워 전 통화정책위원은 "신자유주의 시대 중앙은행의 태도는 기준금리라는 한 가지 도구만으로 물가안정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 달성하려고 했다"고 정의했다.

최근의 중앙은행들이 금융기관 감독권을 꿰차고 있는 것도 주된 변화 중 하나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오는 2019년까지 역내 은행에 자본 건전성을 대폭 강화하도록 강제하는 '바젤Ⅲ'에 합의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개별적으로는 연준이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은행에 대한 감독 권한을 얻게 됐으며 BOE가 금융감독청 기능을 흡수했다. ECB 수뇌부는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의 투표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사후 대책에 힘을 쓰던 중앙은행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다가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판단, 이제는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는 '큰 중앙은행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지난 5년간의 중간평가는 합격점이다. 선진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덜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ㆍ주택ㆍ고용 시장 등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도 1ㆍ4분기 대비 0.3% 성장해 7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영국과 일본도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연준이 출구전략에 돌입할 수 있다고 암시하자 신흥국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돈을 풀어 글로벌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렸고 이젠 돈줄을 죄어야 한다. 과연 큰 충격 없이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을 그런대로 넘기더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조된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중앙은행들이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목격한 이래 정치가 중앙은행에 개입할 시 시장 혼란이 증폭된다는 교훈을 얻은 탓이다. 하지만 현재 중앙은행은 재정위기로 손발이 묶인 정부에 떠밀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그 과정에서 독립성이 크게 훼손당했다. 앞으로 정치 논리에 따라 중앙은행이 얼마든지 휘둘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이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감독권을 쥔다고 해서 리먼블더스 사태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연준에 일정 부분 금융기관 감독권이 있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며 "중앙은행의 감독기능 강화가 위기를 막거나 대처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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