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반. 유럽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는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은 젊고 아름다운 청년이다. 숫자 감각이 남다르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충만하지만 도박과 여색에 빠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한 그는 급기야 결투를 벌이다 살인혐의를 쓰고 유럽 전역으로 도피생활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여행 도중 금속으로는 더 이상 주화(鑄貨)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지만 존 로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기회를 얻는다. 프랑스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존 로는 결국 1716년에 ‘방크 로얄’을 설립해 처음으로 지폐를 발행하고 무역을 번성케 해 재정 파탄의 프랑스를 구해낸다. 그 역시도 백만장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엄청난 부를 얻는다. 그러나 또 한번의 도박에 모든 것을 건 존 로는 서서히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factionㆍfact+fiction)로 유럽에서 숱한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스위스 출신의 클로드 쿠에니가 18세기 유럽의 천재적 금융가인 존 로(1671~1729)를 주인공으로 신작을 펴냈다. 역사적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한 것. 존 로는 세계경제사에서 최초의 금융 버블(또는 금융 투기)이라 할 수 있는 ‘미시시피 사건’의 주인공으로 기록돼 있다. 그에 대해 후세의 역사학자는 ‘천재적인 금융개혁가’와 ‘전설적인 도박사’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세계 경제ㆍ금융사에서 선구적 인물중 하나 임에는 틀림없다. 존 로의 선진적인 아이디어들은 현대 금융경제의 태동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오늘날 경제학자들의 중론이기 때문 . 특히 수려한 외모와 매너로 유럽의 고급 살롱에서 상류층 여인들을 유혹하는 주인공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묘사한 작가의 상상력을 접하게 되면 마치 18세기를 다룬 고전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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