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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2월 8일] 갈등이 없으면 조화도 없다

그리드락(Gridlock). 교차점 등 사방에서 진입한 차량들이 엉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방에서 몰려든 장애물로 경제를 헤쳐나가기 힘들 때를 의미한다. 부동산에서는 해석이 조금 다르다. 작은 집을 많은 사람이 쪼개서 소유해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을 막을 때를 얘기한다. 재개발지역에서의 '알박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치 상황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을 나타낸다. 정부의 정책마다 거대 야당이 반대해 제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리드락 함정'에 빠진 세종시 지금 정부가 수정을 추진하는 세종시 문제를 보면 딱 이런 상황이다. 여대야소 정국이기는 하지만 여당 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친박계를 감안하면 결코 여대야소가 아니다. 오히려 세종시에 관한 한 여소야대 국면이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에 따른 역차별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수정안을 설득하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그리드락의 함정'에 빠진 형국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쪽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가 아닌 쪽에서 보면 그들의 논리도 타당하다.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충청권 사람들로서는 전 정권에서 약속한 일이기는 하지만 정권에 상관없이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다. 이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정한다면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된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 정권의 대통령이나 지금 정권의 대통령이나 다 국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일 따름이다. 대통령의 말이었기에 믿었을 뿐이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를 유치하는 지자체의 반발도 당연하다. 투자재원이 무궁무진하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재원은 유한한데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세종시에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 파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들을 유치하면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로 올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누차 강조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시장 개입은 항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기업을 넣는 것도 일종의 시장 개입이다. 외국에서 신규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는 일정 부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보급하기로 하면서 또 다른 서민 주택대책인 주거환경 개선 사업과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비용문제로 지연되거나 표류하는 것도 다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문제는 더 복잡하다. 정치논리로 만들어진 세종시를 경제논리로 푼다는 것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복잡미묘하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지는 게 이를 반증한다. 꽉막힌 정국 리더십으로 뚫어야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리드락은 반드시 나쁜 상황만은 아니다. 정부의 독주를 제어하면서 균형과 견제 속에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꽉 막힌 상황을 뛰어넘어야 국민도 믿고 따른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아직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도 최고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갈등이 없으면 조화도 없다고 했다. 전 정권이 아쉬운 점은 이념적으로는 옳은 부분이 많았으면서도 그 속에서 야기된 수많은 갈등을 그냥 방치한 채 밀어붙여 조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갈등해소는 이 정부의 몫이고 그 결과에 따라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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