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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 프로슈머

지난해 말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은 특정인이 아닌 ‘여러분, 당신(you)’을 ‘2006년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동안 빌 게이츠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비교적 굵직굵직한 특정인물이 선정돼왔음을 감안했을 때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블로그나 UCC(User Created Contentsㆍ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만든 동영상 콘텐츠)와 같은 개인형 미디어의 참여를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의 틀을 만들어낸 ‘당신’이 ‘2006년의 인물’로 선정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게 타임의 변이다. UCC가 인터넷 문화의 주류로 지난 2006년은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인터넷 콘텐츠의 제작을 주도했고 이러한 개인 콘텐츠가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확산된 해였다. 얼마 전 한 여학생이 집단으로 구타당하는 동영상이 UCC 사이트를 타고 급속하게 번진 사례가 보여주듯이 이제는 개인이 직접 제작하는 동영상은 인터넷문화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UCC는 말 그대로 이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그동안 수용자 역할에 머물렀던 미디어 이용자는 이제 콘텐츠 생산의 주체로서 엘빈 토플러의 지적처럼 ‘생비자(prosumerㆍ생산자+소비자)’로서의 역할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UCC와 같은 참여형 콘텐츠가 건강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첨병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걸러지지 않은 저질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점이 문제다. 여학생 동영상의 경우도 학원폭력의 실상을 고발한다는 건전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일관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목욕탕 훔쳐보기’나 ‘집단구타 장면’ 등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UCC라는 가면을 쓰고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1인 미디어라는 특성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리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자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이 또한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UCC 활성화에 또 다른 위협 요소는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방송사의 드라마나 영화 파일이 그대로 올려지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하다. UCC 전문 포털에서 유통되는 전체 콘텐츠의 80% 이상이 저작권 침해물이었다는 한 조사 결과는 불법 저작권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동영상 업로드 시점에 저작권 침해를 경고하거나 함부로 스크랩할 수 없도록 비공개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등의 타율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참여형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역시 개인의 자율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작권 침해 방지대책 세워야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UCC와 같은 참여형 미디어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타율적인 유통과 관리는 자칫 개인의 다양한 창의성을 억제함으로써 참여적 공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초창기 인터넷의 주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네티켓과 같은 매체문화 정화운동의 필요성을 자발적으로 인식했듯이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 스스로가 양질의 저작물을 만들어내고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주체로서 ‘당신’은 지난해의 인물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물론 두고두고 대접받을 자격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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