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지난 17일 반독점심사회의를 열고 세계 3대 해운사의 동맹체인 'P3네트워크'에 불허판정을 내렸다고 18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 등이 전했다. 상밍 상무부 반독점국장은 "이미 힘을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과도하게 올려 시장에서 이점을 취하려는 행위는 시장경쟁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8년 중국의 반독점법 제정 이후 기업결합을 차단한 사례는 2009년 코카콜라의 중국 음료업체 인수 불허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무부의 결정에 따라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AP묄러머스크의 주도로 2·3위 업체인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와 손을 잡는 해운동맹 P3네트워크의 출범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미 올 3월 미국 규제당국이 P3네트워크를 승인했고 유럽연합(EU)도 승인을 완료한 상황에서 중국과 심사를 진행 중인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미국과 EU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의 이번 결정은 과도한 시장집중 등 공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공식 의견보다는 자국 해운업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해운경기 악화로 국영 해운사는 물론 남방지역 민간 해운업체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최대 국영 해운사 코스코홀딩스는 2011~2012년 적자 규모가 200억위안(약 3조2,828억원)에 달했고 2위 업체 CSCL은 지난해 26억5,000만위안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해운협회 등도 반독점심사 이전부터 "P3네트워크가 지금도 세계 전체 해상 컨테이너 운송물량 37%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 컨테이너 물동량에서는 47%를 장악하고 있다"며 "250척의 선박을 모은 P3네트워크가 출범해 선박공유 등으로 비용을 줄일 경우 여타 국가의 해운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법률회사 미첼실버버그앤드크넙의 수전 로스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서방 기업들에 대해 중국 규제당국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경고"라며 "비록 다른 말로 포장은 하더라도 중국은 P3네트워크를 자국 해운산업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P3네트워크 불허통보에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글로벌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상무부는 자국 산업과 연관관계를 따져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 글렌코어와 스위스 광산업체 엑스트라타 간 합병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인수건 외에도 해외 분유 제조업체들과 안경 업체들이 중국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았다. 특히 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인수는 두 차례 결정을 연기하며 특허사용에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 법무부 반독점법 부서 책임자로 재직했던 찰스 룰 변호사는 "중국의 반독점법으로 기업들이 치러야 할 막대한 비용은 모두에게 우려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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