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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Downsizing)'은 건설사들의 주택개발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설계특화를 통해 죽어 있던 빈 공간을 살리거나 수납공간을 극대화하는 등 작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한 평면개발에 역랑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던 4~5년 무렵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평면보다는 외부 조경이나 고급자재, 독특한 커뮤니티시설 등을 갖추는 데 노력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관리비나 주거 비용을 고려해 실속 있는 중소형 주택으로 갈아타고 싶어하면서도 좁은 공간에서 갑갑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수요자들의 심리"라며 "중대형 못지않은 공간활용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상품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쟁에 힘입어 최근에는 30~40㎡의 추가 면적을 제공하는 중소형 아파트가 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수원에서 선보인 '래미안 영통 마크원' 아파트에서 전용 84㎡ 주택에 서비스 면적(발코니 면적)을 최고 42㎡까지 제공하는 신평면을 개발했다. 통상 전용 84㎡ 규모 아파트의 발코니 면적이 평균 3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설계다. 반도건설 역시 올 상반기 김포한강신도시 '반도 유보라 2차'를 선보이며 전용 59㎡ 주택을 확장할 경우 최대 90㎡까지 늘어나는 평면을 개발했다. 중대형 아파트에나 적용되던 4.5베이(주택 전면부에 배치되는 공간의 수)를 적용한데다 욕조도 2개나 설치했다. 중대형 아파트 못지않은 평면을 소형 아파트에 구현한 것이다. SK건설도 발코니가 아닌 아파트의 거주공간에 최대 14㎡의 추가 면적을 제공하는 '플러스알파존'을 선보여 '수원 SK스카이뷰' 등에 적용해오고 있다. 수납공간을 체계화해 공간활용도를 높인 평면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두산건설은 최근 수납시스템 '채움2030'을 개발해 올 2월 분양한 '부산 명지 두산위브포세이돈' 전용 59㎡ 주택에 적용했다. 현관의 인출식 신발수납장을 비롯해 세탁건조대와 연계된 벽체매립형 세탁물 반출시스템 등 수납의 기본기에 충실한 13가지 수납 아이템의 표준을 제시했다. 수요자 맞춤 평면을 선보이고 있는 건설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구 구성원 수가 줄어드는 데 따라 남는 공간을 임대가구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평면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우건설이 최근 공개한 맞춤형 아파트 '마이프리미엄'은 평면을 ▦무자녀 부부 가정 ▦유아기 자녀가 있는 가정 ▦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 ▦조부모ㆍ자녀와 함께 사는 3세대 가정 ▦노년 부부 가정 등 5개 유형으로 나누고 소비자가 하나를 택하면 같은 동에 있는 같은 면적 아파트라도 다르게 지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입주해 살다가 평면을 바꿀 수도 있다. GS건설 역시 임대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3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가정을 위해 현관문이 3개나 있는 평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간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최근 중소형 아파트는 중형 아파트 못지않다"며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중대형 아파트에 살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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