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시 부주석의 방미를 통해 지도자들 간의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서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정부로서는 위안화 절상이나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높다.
9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부주석의 미국 방문은 양국 최고지도자 간의 상호 존중과 호혜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미 때 시 부주석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고 바이든 부통령과 회담하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을 접견할 예정이다. 또 상하원을 찾아 의회 지도자들과도 면담한다.
양국은 북한 핵개발과 제재 문제, 위안화 절상 문제, 무역갈등, 유럽 재무위기에 대한 공동협력 방안 등 글로벌 현안과 지역 현안에 대해 포괄적인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화 절상, 티베트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 부주석이 국가주석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현안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를 통해 양국은 G2로서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부주석의 방문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서 미국과의 복잡한 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시 부주석이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27년 전 지방간부 시절 가축사육대표단을 이끌고 찾았던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그때의 주민들과 재회하는 것도 이러한 이미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WSJ는 또 그가 이번 방미일정의 마지막 날인 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함께 LA레이커스 대 피닉스선스의 경기를 관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이 경기장에서 일반인들과 나란히 NBA를 관람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국내외에 전해지면 그가 비교적 개방적이고 자신감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그의 이번 방미는 10년 전인 지난 2002년 5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부주석의 방미와 비교된다. 그해 11월 공산당 총서기 선출을 앞두고 있던 후 부주석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미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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