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산 돼지고기 가격의 폭락으로 양돈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돼지 가격이 폭락한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든 틈을 수입산이 메우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어놓은 것이 큰 요인이다.
정부와 농협은 국산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그동안 수입산 돼지고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계속 먹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을 먹는 것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개념이 있다. '푸드마일리지'가 그것이다. 이는 식품 수송량에 수송 거리를 곱해 나타낸 것으로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먼 거리에서 식품이 운송되면서 사용되는 방부제 등 인공첨가물이 식품 안전과 인간 건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운송 과정에 과다한 비용과 화석연료가 사용돼 환경오염을 초래하기 때문에 푸드마일리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085tㆍkm로 일본ㆍ영국ㆍ프랑스 등 조사 대상국 중에서 가장 높다. 2003년 이후 1인당 푸드마일리지 증가율 또한 타 국가보다 무려 15배 이상 높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푸드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을까.
국내산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그 열쇠다. 우리 몸과 입맛에 맞는 국내산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신토불이' 개념을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지산지소,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등 다양한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깊다. 이는 사료 값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농가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며 식탁 물가가 상승해 서민경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우리는 국내산 농축산물을 애용해 힘을 보태야 한다.
이는 장차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 시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양돈농가를 위해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하면 어떨까. 올 김장 때는 한돈 수육을, 연말 회식에는 한돈 삼겹살을, 내년 설에는 한돈 갈비찜을 식탁에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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