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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면 아찔하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였단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지난해 4월 교통사고로 얻은 중상을 당했던 가수 지아. 그가 다시 태어나 무대로 돌아왔다.
"목소리가 나오고 성대를 다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고맙다는 얘기를 했데요. 전 기억도 안 나요. 그래도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죠. 그리고 감사해요. 그렇게 이 세상에 없어질 수도 있었는데…. 신께서 제 노래가 아직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1년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지아는 달라져 있었다. 치료와 재활을 거치면서 성격이 활발해졌다. 내성적이던 예전과 달리 환하게 웃고 농담도 제법 던질 줄 알았다.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고의 흔적이 이마에 남아 있어 앞머리를 가지런하게 내린 정도가 눈에 띄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전치7주의 중상을 안긴 교통 사고는 그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한동안 자동차를 타지 못했고, 운전을 하더라도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매사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노래에 대한 마음가짐에 왔다.
"지금 제가 숨쉬고 노래할 수 있는 건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 끝날 수 있었는데 다시 추가로 받은 보너스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열심히 안 할 수 있겠어요. 하하."
일상의 변화 때문인지 지아가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의 타이틀은 <디퍼런스(Difference)>. 제목부터 음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타이틀 곡 <웃음만>은 하이브리드 발라드를 표방한다. 감정을 천천히 고조시켜 절정 대목에 폭발시키는 지아의 애절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지아의 감정선을 따라 웅장하고 강렬한 세션도 움직여 정갈하게 표현됐다. 이 노래는 이별의 격한 감정에 웃음밖에 안 나온다는 역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고음역대의 노래만 부르다 음역이 낮아져서 당황하긴 했지만 비트도 있고 시원하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지아는 이 노래를 가지고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늘 혼자 무대에 올라 처연하게 울먹이며 노래했던 그로선 새로운 도전이다. 밴드의 리드 보컬이 돼 본다는 생각에 지아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 없는 가수' '추녀 가수'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그로선 이번 앨범을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도 덧붙였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어 때문에 오해도 많이 샀어요. 정말 그렇게 못 생겼나는 얘기도 자주 들었죠. 그래서 사실 부담이 없어요. 기대치가 낮으실 테니까요. 천천히 감춰뒀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제 외모보다 제 '콘서트' 기사를 읽고 싶어요. 하하."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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