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계절이다. 사회 각 계층의 나눔과 봉사활동 소식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우리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본격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성장일변도의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기업의 존재이유가 오직 이윤극대화라는 데 이견이 적었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달라졌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장롱 속 깊숙이 넣어둔 금가락지까지 선뜻 들고 나온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기업들은 하나둘씩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갔다.
하지만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되면서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됐다. 한발 더 나아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 문제 해결과 더불어 매출ㆍ이익증대 등 경영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CSV(Creating Shared Valueㆍ공유가치창출)’를 제시하면서 CSV가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애써 거둬들인 수확을 사회와 나눈다는 자선의 개념이 아니라 소외계층을 경영의 동반자로 보고 그들과 함께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개념으로 결코 쉽지는 않지만 미래 기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리 기업도 기부ㆍ자선ㆍ노력봉사 등 CSR초기단계를 벗어나 최근 CSV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설립한 장애인용 보조기구 전문업체인 ‘이지무브’는 대만 등지로 수출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으며 삼성사회봉사단이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충북 음성에 설립한 ‘카페 이음’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
세계 경기침체가 오는 2018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 등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략적인 CSV는 기업이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해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시장 개척과 더불어 내수진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구축돼 수출하락세 극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장롱 속 금붙이를 흔쾌히 내 놓던 이웃에게 기업이 한걸음 더 다가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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