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내성적인 사람이다."
저자 수전 케인은 세계 지식인의 축제인 2012년 TED 콘퍼런스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일견 '목소리 큰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는 듯 하지만 케인은 '세상을 움직이는 침묵(quiet)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면세계에 끌리는 사람을 '내향적인 사람',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세계에 끌리는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처음으로 분류했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두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인 사람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파티보다는 독서를 좋아하고 혁신과 창조에는 열광하지만 자기 자랑은 싫어해 여럿이 일하기보다는 고독한 작업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는 '외향성 이상주의'가 우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조용한 사람들의 저력을 강조하는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대표적인 내향성 인물로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들 수 있다. 3세 때 전자기기에 빠졌고 11세 때 집에서 쓸 수 있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던 워즈니악은 "내가 만나본 엔지니어나 발명가들은 모두들 나처럼 수줍음을 많이 타고 생각이 많은, 거의 예술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혼자 있을 때 가장 잘한다. 혼자 일하면 혁명적이고 특색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 위원회도, 팀도 아니다"라며 창의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했다.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도 같은 부류다. 그는 "투자에서 성공은 지능지수와는 관계가 없다. 일단 평범한 지능만 있으면 그때부터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충동을 억제하는 기질"이라며 침묵과 신중함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세상은 왜 외향성 우월주의로 빠져들었을까. 외향성의 사람은 사교적이고 지배적이며 숙고보다는 행동을, 의심보다는 확신을 선호한다. 따라서 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틀릴 위험이 있을 때조차 빠른 판단을 내려 일의 능률이 높은 편이다. 역사적으로는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도시화와 대규모 이민으로 외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낯선 이들을 만나 이윤 추구를 위해 협력해야 했고 첨예한 경쟁사회에서는 '외향성'이 필요했던 것. 저자는 이 같은 흐름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변했다"고 지적한다.
'소심함'에 대한 통념을 깨는 남다른 분석 덕분에 이 책은 아마존닷컴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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