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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과소평가 해선 안되지만 과대평가는 더 큰 문제"

■ 피스메이커(Peacemaker) ■ 임동원 지음, 중앙북스 펴냄<br>임동원 전통일부 장관 회고록… 김대중·김정일 대화 소개도 눈길


“파탄 지경의 경제로 인해 북한은 흡수통일과 북침의 공포증에 시달리며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되지만 과대평가는 더 큰 문제입니다.” 임동원(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강경한 반공보수주의자가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회상했다. 책 속에서 임 전 장관이 설명하는 북한의 실상은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물 평가 뿐 아니라 북핵 위기상황의 뒷이야기가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 책을 덮은 뒤 받은 인상은 20여년 동안 남북관계 전문가로 활동한 그의 생생한 체험들이 고스란히 회고록에 담겼다는 것이다. 역사적 순간 마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숱한 에피소드들이 사료(史料)의 가치로도 손색이 없다. 정말 무엇이 육군 예비역 소장 출신의 반공주의자를 이토록 변하게 했을까. 그는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70년대는 냉전 시대였다면 이제 국제냉전은 끝나 낡은 시대의 사상과 생각을 고집하면 낙오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눈 대화들을 소개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보내 공화당정부에 미국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며 “김 대통령께서는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거 제 생각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임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탄생시킨 남북고위급회담의 전개과정,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과 클린턴 행정부와 함께 전개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술회한다. 이외에도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과 고농축우라늄 계획 등과 같은 미국 네오콘의 정보과장, 왜곡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가 20여년 동안 침묵했던 입을 열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이야기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피스 키퍼’에서 ‘피스메이커’로 살아온 그의 육성이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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