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원장은 진작부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명박 정권 때 감사원장에 임명된 그는 4대강 감사에 대한 이중잣대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MB 임기 중 실시한 두 차례 감사에서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운하를 염두에 뒀으며 부실공사’라는 상반된 보고서를 발표해 새로운 권력에 아부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평소 “청와대의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밝히며 “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권력갈등과 토사구팽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전임 전윤철 감사원장도 비슷하다. 김대중(DJ) 정부의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에 연임된 후 이명박 정부를 맞은 그는 코드 감사 논란까지 야기하며 새로운 권력에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두 감사원장의 사례에서는 중도하차 외에 권력에 줄서기, 암투, 토사구팽이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정치적 의리나 정책기조 견지는 물론 원칙과 헌법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군상만 보일 뿐이다. 이게 우리 상층부의 현주소다.
아무리 부끄럽더라도 양 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과 배경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 실력자의 외압이 있었다면 어떤 이유와 법리적 근거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권력의 향방과 관계없이 헌법은 준수돼야 한다. 현대사를 보라. 목적이 정당해도 헌법 위에 서려는 권력은 위험하고 결말도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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