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바닥난 보유외환을 견디지 못해 해외 정유공장마저 매각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유회사인 PBF에너지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와 엑손모빌이 공동 소유한 미국 정유공장을 3억2,200만달러(약 3,558억원)에 사들였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에 매각된 공장은 하루 18만9,000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FT는 이번 거래로 베네수엘라의 재정운용에 일시적으로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개월 사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금융정보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월 242억달러(약 26조7,434억원)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6월 셋째 주에 3분의1이 줄어든 164억달러(약 18조1,236억원)로 급감했다. 이는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FT는 재정운용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도 침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 하락했으며 올해는 하락폭이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솟는 물가상승률도 베네수엘라 경제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FT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급락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 산유국으로 수출의 90% 이상을 원유에 의존한다. 지난해 여름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올랐던 원유가격이 올 들어 50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재정도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경제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지만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정치적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반정부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야당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를 수감하는 등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근 유가의 부분적 회복에도 베네수엘라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이번 위기로 베네수엘라가 국가부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