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췬 AIIB 초대 총재 지명자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이같이 말한 뒤 6개월 내 (AIIB가) 추진하는 첫 사업을 위한 펀딩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AIIB는 중국 은행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진 총재 지명자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이 30.34%의 지분을 보유하며 AIIB의 투자결정을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진 총재 지명자는 'AIIB가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제도적 편견을 갖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주요 주주지만 (AIIB가) 중국에 의해 관리되거나 운용되지 않는다"며 "은행이 행하는 보편적인 조달과 투자·채용을 할 것이고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IB는 세계시민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IB의 기본정신은 투명성·개방성·독립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IIB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경쟁 관계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진 총재 지명자는 "의사결정을 간소화해 세계은행이나 ADB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IIB가 여타 국제금융기구보다 수익성에서 우위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진 총재 지명자는 "다자 간 투자기관의 핵심은 좋은 실적"이라며 "미개발 국가에 투자하기 위해 규제 해소 등 정치적 협상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AIIB는 투자 수익률을 6~10%로 보고 있다. 인프라 투자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진 총재 지명자는 "우선 전력·도로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후 헬스케어·교육·환경 등에도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총재 지명자가 언급한 AIIB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관련해 AIIB를 견제하고 있는 일본 언론들은 사실상 중국의 입김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진 총재 지명자와의 인터뷰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이유로 이사회가 개별 사안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AIIB의 융자에 총재의 권한이 강화된다는 점을 의미하고 이는 중국의 의사가 비중 있게 반영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진 총재 지명자는 요미우리신문에 "(AIIB 이사회가) 융자 대상 국가에 이걸 하라, 저걸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해당 국가 정부의 주도권을 뺏는 일"이라며 "우리는 상대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DB 등 기존 국제기구와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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