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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기준 모호… 또 실효성 논란

내달부터 50인이상 사업장, 내국인 채용 거부땐 외국인 못 써<br>'합리적 이유 없이…' 잣대 애매<br>사실상 채용 강제 법리적 문제도

정부가 외국인 고용을 희망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내국인 채용을 거부할 경우 외국인 고용도 불허하기로 했다. '정당한 사유'에 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실효성 논란과 함께 기업에 내국인 우선 채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침이라는 법리적 문제점 또한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도입과 함께 마련된 외국인고용법령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 채용을 2회 이상 거부하면 외국인 고용도 불허한다는 방침을 8월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해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인력도입계약을 맺은 8개국 인력을 들여와 합법적인 근로자 신분을 보장하는 것으로 취업비자(E-9)가 발급되며 체류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국인들 스스로 취업 의사가 별로 없는 영세 소규모 업체는 제외하고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한 뒤 강력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외국인 고용 불허에 대한 정당한 사유의 기준으로 ▦고용센터의 내국인 알선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고용센터의 알선을 받고도 면접을 보지 않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 제시하는 채용 조건을 갖춘 내국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채용하지 않는 경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3번째 조건의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 간에 학력·연령 등의 외형적 조건이 일치하더라도 면접 등 회사의 개별적 기준이 개입하는 채용 과정에서 정당 거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부 측은 "고용센터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매칭이 되겠다고 판단해 알선을 하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채용 거부 여부의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04년 이후 실효성이 부족해 지난 8년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기준의 모호함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무용지물 방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외국인 고용 불허보다는 내국인 적극 알선 노력을 유도하는 데 방점을 둔 방안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국내 취업 애로 계층이 갈수록 느는 상황을 감안, 구인노력 의무조항을 적극 적용하겠다는 것이 고용부의 방침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내국인 우선 채용을 강요하는 법령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외국인고용법령은 권장 사항이 아닌 일반 기업에 채용 조건을 사실상 정부가 강제하는 방침으로서 법리적으로 문제의 소지 또한 다분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경우에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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