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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ETF 보수인하 약효는


"글쎄요. 그걸로 약효가 있을까요."

금융당국이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수 인하 유도 방침을 밝히자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ETF 보수 인하의 효과가 금융당국의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종류 다양화, 소규모 ETF 상장폐지 유도와 함께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인하해 ETF 시장의 합리적인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급성장한 시장인 만큼 정부가 ETF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강구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ETF 보수 인하의 실효성이 과연 있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금융당국의 주장처럼 상당수 국내 ETF의 보수율이 해외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SPDR 등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해외 주요 ETF는 낮은 보수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반면 국내 ETF는 아직 그 정도까지 시장이 성장하지는 못했다. "시장의 성숙도와 성장 정도에 분명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수치 맞추기에만 급급한 것은 오히려 ETF 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TF 보수 인하를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닐뿐더러 인하 시 현재의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ETF는 거래 기준가 역할을 하는 순자산가치(NAV)에서 미리 보수를 차감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사실상 보수 인하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을 앞세운 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마케팅이 과열될 경우 오히려 현재의 레버리지ㆍ인버스를 중심으로 한 특정 ETF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운용사에 ETF 보수 인하 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상태로 이번주 안으로 내용을 취합해 금융위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TF가 침체된 증시에서 어렵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업계의 상황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명약'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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