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주요 중앙은행의 각개약진이 시작되면서 불협화음이라는 글로벌 통화시장의 새 위기 요인이 출현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도 시장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내년 3월께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영국 경제의 회복 움직임에 따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부터 주택시장 거품 방지를 위해 대출펀딩제도(FLS)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개인대출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주택가격은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지난 1년 동안에만도 7%나 급등해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왔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주택시장에 대한 특혜대출 프로그램을 중단해 더 이상의 시장과열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BOE가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한 첫 신호탄을 쏘았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FT도 "주택시장에 더 이상의 부양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BOE의 판단"이라며 "BOE가 양적완화에 기인한 '칩머니' 시대에서 벗어나 정상화 기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ㆍ일본 등의 중앙은행은 여전히 추가적인 돈풀기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연준이 출구전략에 들어가면 경기부양적인 현행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면서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지난 5월 이후 연준의 출구전략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금융시장 위험도가 높아졌다"며 "출구전략 우려가 재발한다면 채권 등 자산시장 전반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켄 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출구전략이라는 리스크 요인 외에 각국 중앙은행들까지 반대로 움직이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에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되면 미 채권시장은 투자자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속출하고 있다. 영국 소재 시장조사 업체인 민트파트너스 빌 빌레인 전략가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일단 소규모라도 양적완화 축소가 눈앞에서 벌어지면 투자자들이 엄청난 규모로 미 국채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채권시장은 지옥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최대 자산관리 업체인 율리우스바에르의 요한 주스테 영국사무소 대표도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갈 시기를 엿보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라며 "지금 당장 채권 익스포저를 줄여야 한다"고 권유했다.
반면 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국의 채권은 금융시장 안정, 경기회복 조짐 등에 힘입어 아직 유망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 국채금리의 경우 지난해 7%대로 올라섰다가 최근 4%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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