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민원인들이 서울시와 구청 공무원에 폭언을 하거나 난동을 부리면 사법기관에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받게 된다. 악성 민원을 넣거나 폭언을 일삼는 등 이른바 '진상 민원인'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일선 공무원에 폭언이나 난동을 부리다가 2회 이상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확정하고 이달 중 일선 구청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대응 매뉴얼에는 방문민원이나 전화민원 유형별 사례에 대한 조치요령 등이 담겨 있다. 또 실제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만들어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일선 공무원들이 사례별로 손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핸드북형 매뉴얼 2,000부와 즉시 대응요령 리플릿 2만부를 제작해 시·구·동주민센터 등에 보급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악성민원 고소·고발을 위한 법률지원시스템도 운영된다. 이를 위해 법무담당관 등으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사례별 법적대응 타당성 검토와 소장 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률지원단까지 운영한 것으로 앞으로 악성민원을 되풀이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강력한 법적대응 기준도 마련됐다. 성희롱이나 폭력·기물파손 등은 바로 법적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폭언이나 난동 등을 부릴 경우 2회까지 자제요청을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되면 곧바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악성민원인 대응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올해 시·구 공무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악성민원 대응능력 향상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분쟁시 공무원 홀로 소송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특히 폭언·폭행·반복민원에 대한 공신력 있는 행동지침이 없어 대응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응 매뉴얼을 민원전화가 많은 120 다산콜센터 상담직원 등 감정노동자에게 확대할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악성민원도 급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이날 서울시 인권자문기구인 서울시인권위는 120다산콜센터 상담직원들이 민원인으로부터 월평균 '인격무시 발언' 8.8회, '무리한 요구' 8.8회, '폭언이나 욕설' 6.5회, '성희롱' 4.1회 등을 경험한다며 인권보호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서울시의 매뉴얼은 악성 민원을 줄여보겠다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자칫 남용되면 공무원이 이를 무기로 고압적인 자세로 민원인을 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보완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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