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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OT가 달라졌어요

사람잡는 술판 대신 문화공연·생활 특강<br>음주측정기까지 동원 알코올 금지 학교 늘어<br>사고 위험 줄이기 위해 합숙 없이 '당일치기'도


올해 서울대에 입학하는 김모(18)군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술을 잘 못 마시는 김군에게 "OT에서 술을 못 마시면 선배들에게 4년 내내 미움 받는다더라"라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OT에서 술 마시다 사고 당하는 애들 많다"며 걱정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막상 OT가 시작되자 김군은 그동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군은 "낮에는 김난도 교수님과 같이 유명하신 서울대 교수님들이 대학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강의를 해주고 밤에는 학교 선배들이 어떻게 대학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등 이야기를 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며 "술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술 때문에 해마다 사건ㆍ사고로 얼룩졌던 대학 신입생 OT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대학들은 OT 때 술 반입은 금지하고 강연 등을 통해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전달하면서 행사 본연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OT에 술 반입을 일절 금지했다. 2009년 이후 벌써 5년째다. 이 학교는 선배들과 교수들이 학생 15명 정도를 맡아 학교생활 등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는 방식으로 OT를 진행하고 있다. 동국대도 24일부터 25일까지, 25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한 1박2일의 OT에 술 반입을 금지시켰다. 동국대 관계자는 "신입생에게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빨리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며 "단과대학이나 전공별로 행사가 많은 만큼 굳이 OT에서 술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교내 금주와 금연을 규정한 숭실대도 공식적으로 금주 OT를 천명하고 각 단과대학과 학생회 측에 협조를 요구한 상태다. 다만 숭실대는 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남 양산의 영산대는 28일부터 1박2일의 OT를 술 대신 교수와 선배들의 다양한 공연으로 채웠다. 강원대는 신입생 입문프로그램으로 '뿌리 캠프'를 열어 음주 대신 학교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부산외대 OT에서는 음주측정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외대는 술과 담배 연기를 없애자는 취지의 '클린캠퍼스' 조성 차원에서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음주측정기를 빌렸다.



아예 합숙 형식의 OT를 없애고 당일 코스 프로그램으로 교내에서 행사를 갖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합숙을 하다 보면 술에 대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고의 위험도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술 대신 문화와 정보 전달이 중심이 된 OT가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술이 사라진 자리에 ▦학교 생활 정보 ▦자기관리법 ▦기업 채용 프로세스 ▦문화공연 ▦스타 강사 특강 ▦멘토ㆍ멘티 맺기 등의 프로그램이 등장해 신입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 사범대에 입학할 예정인 황은하(18)양은 "굉장히 유익하고 재미 있었다"며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술에 익숙하지 않은데 강요로 마시다 보면 너무 많이 마셔 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런 일이 없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용복 대한보건협회 예방교육팀 대리는 "대다수 학생들이 OT에서 폭음을 처음으로 경험한다"며 "그만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술을) 이미 경험해서 알고 마시는 것과 처음으로 마시는 것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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