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에 투자하는 EU투자펀드들이 자금유출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서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경제 전반을 옥죌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펀드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양상이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시장에서의 탈출 러시가 확대되며 지난해 유럽 투자 펀드 자산의 1/5 이상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FT가 유럽펀드ㆍ자산운용사연합회(EFAMA)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럽 투자펀드의 결합 자산총액은 2008년 말 기준 7조7,370억 달러(6조1,420억 유로)로 전년도 말의 9조9,629억달러(7조9,090억 유로)에서 22% 가량 감소했다. 이로써 지난 2005년(8조3,329억달러ㆍ6조6,150억유로)이후 3년간 지속됐던 유럽 펀드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서 판매 가능한 유럽 뮤추얼펀드(UCITS)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가치는 5조7,872억달러(4조5,930억유로)로 전년보다 25% 줄었다. 유럽 뮤추얼펀드는 4분기에만 1,789억달러(1,420억유로)가 빠져나가 역사상 가장 가파른 분기별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가별로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펀드 자산이 전년 대비 각각 45%, 38% 줄어드는 등 남부 유럽 국가의 펀드 이탈이 특히 심각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유출 비율도 각각 26%, 21%에 달했다. FT는 “투자축소 요인은 경제 위축”이라면서 “유럽시장은 특히 은행들이 주로 펀드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손실을 축소시키려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혜택을 늘려 펀드자금 유출을 부추긴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영국ㆍ노르웨이ㆍ스웨덴 등 직접주식투자 문화가 보편적인 국가에서도 펀드 자산 축소가 심했다고 FT는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이후 펀드 순유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피터 드 프로프 Efama 이사는 EU투자펀드의 자금유출과 관련, “현재가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채권 시장이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고 주식 시장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어서 몇 달 전보다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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