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모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더니 최근에는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인해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미처 피지도 못한 어린 군 장병의 죽음은 선임자의 가혹행위로 인한 원인이 크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고 은폐돼온 군 문화 병폐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군의 핵심은 69만명에 이르는 군 장병들이다. 이런 장병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국방의무를 마치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야 할 책무이다.
대다수 군 장병의 의견이 무시되고 국방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우리 군이 버려야 할 문화 중에 하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방부가 2012년 군 장병(1.3군, 2작사) 5,492명을 대상으로 급식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3%의 장병들이 우유 급식용량을 '현행유지(68%)' 내지 '늘려 달라(25%)'의견을 묵살한 채 현행(250㎖)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7%에 불과한데도 용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대표적인 군 장병 의견을 무시한 행위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명백히 대다수의 군 장병들이 현행 우유 급식용량을 유지할 것을 원하는데도 국방부는 단지 우유가 많다는 극소수의 의견을 명분삼아 오는 10월1일부터 군 장병 우유 급식용량을 일일 250㎖에서 200㎖로 축소할 방침이다.
더욱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군은 전체 후식류(주스류) 구매 금액은 줄여나가는 반면 13년도 수입원료(농측과즙)가 들어간 망고·파인애플 음료의 급식비는 54억원으로 전년 32억원 대비 6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국방부가 건강 및 체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국내산 우유는 외면한 채 수입과일 음료구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더 큰 문제는 우유 급식용량을 축소하게 되면 현행 군 납품단가(452원)보다 농협 군납조합 제조원가가 리터당 26원 이상 상승해 오히려 연간 40억원의 예산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이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2012년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남성 19~29세 칼슘 영양섭취기준에 미달하는 비율이 66%에 달하며 체내 칼슘 섭취율이 가장 높은 우유의 일일 급식용량을 200㎖로 축소할 경우 혈기왕성한 20대 초반 군 장병들의 체력에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가 수입과일음료 급식비는 증가시키면서 군 장병 우유 급식용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장병 급양 향상과 농어업인의 소득증대'라는 군 급식의 근본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다. 군 장병의 체력 증진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우유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가들의 고통을 고려해 급식예산을 증액해서라도 우유 급식용량은 현행 유지하되 급식횟수(수요일 전투체육, 주말·휴일 추가급식)를 늘리는 증량방안 검토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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