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덜 됐다… 세계 1위
신경 쓰기 보다 더 배울 것
세계 골프 역대 최연소 랭킹 1위. 짐일까, 날개일까.
그 답은 카리브해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일(현지시간)부터 오션클럽 골프코스(파73·6,644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은 17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세계 1위 자격으로 출전하는 첫 대회다. 지난해 프로 전향 뒤 LPGA 투어 데뷔전도 이 대회였다. 5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해 선두와 4타 차 공동 7위로 마감했다. 리디아 고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곳이다.
지난 2일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면서 최연소 세계 1위에 등극한 리디아 고는 디펜딩 챔피언 제시카 코르다(미국),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 모 마틴(미국)과 첫날 동반 플레이한다. 세계 2위로 내려온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폴라 크리머(미국), 아사하라 무뇨스(스페인)와 같은 조다. 박인비는 통산 997만달러를 벌어 이번 대회에서 역대 9번째로 1,000만달러 클럽 가입이 유력한 상황. 직전 대회에서는 리디아 고에 11타 뒤진 공동 13위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포인트 격차는 불과 0.03점이라 한 주 만의 세계 1위 탈환을 노린다. 코츠 챔피언십에서 2년간의 우승 갈증을 씻은 최나연(28·SK텔레콤)도 리디아 고의 강력한 경쟁자다.
마지막 날 리디아 고와 한 조에서 맞붙어 역전승을 거둔 최나연은 개막 두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이후 나오지 않은 진기록. 지난해 이 대회 공동 3위 성적도 자신감이다.
◇필드의 달라이 라마?=2일 경기 뒤 자신이 세계 1위가 됐다는 어머니와 에이전트의 말에도 리디아 고는 차분했다. "세계랭킹에 신경 쓰기보다 더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런 리디아 고를 미국 골프채널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같았다"고 했다. 코치인 데이비드 리드베터도 "어디 가서 감정 표출하는 법 좀 배워오라고 리디아 고에게 농담처럼 얘기한다. 감격의 순간에도 흥분하는 법이 없고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의기소침하지 않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리디아는 골프를 친 뒤로 최연소와 관련한 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의 오른쪽 손목 문신 속 숫자는 '2014 4 27'뿐이다. 2014년 4월27일, 리디아 고가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날이다.
워커홀릭으로 불리는 리디아 고는 이번 비시즌에는 한국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느라 한 달 이상 클럽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골프 입문 뒤 가장 긴 휴식이었다. "준비가 덜 됐다"고 걱정하면서도 리디아 고는 첫 대회부터 준우승했다. 그래도 만족은 없었다. 17번홀 벙커샷 실수로 우승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이 커 보였다. 리디아 고는 세계 1위로서보다는 우승을 되찾으려는 독기를 품고 바하마에 왔다.
◇아이비리거 켈리 손 데뷔전= 이번 대회에서는 리디아 고 외 주목할 또 한 명의 교포 선수가 있다. 한국 출생의 재미동포 켈리 손(23·한국이름 손우정)이다. 지난해 말 퀄리파잉 토너먼트(Q스쿨)를 공동 9위로 통과,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흔치 않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출신 프로골퍼라 더 화제다. 프린스턴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했다. 그의 언니도 아이비리그(코넬대) 출신. 2013-2014시즌 아이비리그 올해의 선수로도 뽑혔던 켈리 손은 프린스턴대 출신 최초의 LPGA 투어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켈리 손은 장하나(23·비씨카드)·장세영(22·미래에셋)·백규정(20·CJ오쇼핑)·김효주(20·롯데) 등과 신인왕을 다툰다. 직전 대회 준우승자 장하나가 가장 먼저 앞서나갔고 김효주는 이달 말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 맞춰 태국에서 훈련 중이다. 이번 대회에는 120명이 출전하며 일본 투어에서 통산 23승을 거둔 요코미네 사쿠라도 미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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