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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피 못잡는 방통위

요즘 방송통신위원회를 보면 개그 콘서트에서 유행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떠오른다. 방통위는 개콘의 김원효처럼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안돼"를 외치고 본다. 안 되는 이유는 매우 그럴듯하지만 사건을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사태가 임박하면 개콘의 김준호마냥 최시중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가벼운 오찬과 함께 업계 대표들을 다독인다. 가벼운 덕담과 함께 시작되는 그들의 담화가 끝나면 사건은 다시 원점이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와 관련해서도 방통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빼닮았다. 유선방송 사업자와 지상파가 제 정당성을 주장하면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지만 그냥 좀 양보해달라'는 게 다다. 24일 정오부터 케이블 가입자들이 지상파를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이러한 느긋함은 변함없을 듯하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업계의 지상파 재전송 갈등을 살펴보면 방통위 중재 없이 당사자들간의 합의만으로 매듭짓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지상파 재송신 문제의 주도권은 지상파가 쥐고 있다.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 상대로 제기한 간접 강제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판결 덕분이다. 급한 것은 유선방송 사업자다. 법원 판결에 따라 지상파에 매일 1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자니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지상파 방송을 송출 안 하자니 가입자들의 항의가 뻔하다. 이 때문에 케이블 협회는 24일 정오부터 지상파 디지털 신호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상파들에는 그저 간지러운 협박이다. 방통위는 이번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송신료 산출 기준 등을 마련해 재빨리 해결해야 했다. 사업자 간 일이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가 부랴부랴 눈꼬리를 치켜 세우며 닥달하니 '영(令)'이 서지 않는다. 재송신료 문제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인 방송위원회로 인해 가장 먼저 제기됐던 것을 감안하면 사건 당사자이기도 하다. 국민의 시청권을 인질로 지상파와 유선방송 사업자가 벌이는 다툼은 방통위에 의해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들 각자의 사정을 다 고려하며 "안돼" 만을 외치다가 TV에서 지상파를 볼 수 없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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