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고를 방문한 조 당선인은 “현장 교사들의 경험이라는 거울에 저희의 정책을 비춰보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 학교를 찾게 됐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금천구 소재 학교의 교사이자 독산고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일반고 슬럼화 현상은 고교선택제가 시행된 상태에서 자율형사립고가 등장하면서 심화됐다”며 “당선인은 고교선택제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개편이 아니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부모는 “사립고는 좋은 학교지만 일반 공립고는 마치 좋지 않은 학교처럼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교선택제는 교육감이 되자마자 폐지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학교가 좋고 어느 학교가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 간 학교 격차가 형성되고 아이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교선택제 폐지를 요구했다.
교사들의 업무를 줄여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한 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무의미한 공문이 지나치게 많이 내려오는데다 심지어 같은 공문도 다른 양식으로 요청이 와 다시 작성해야 할 때도 있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열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여의도고에 근무 중인 임선일 교사도 “근무를 하다 보면 하루에 7개 정도의 공문을 처리해야 하기도 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이렇게 잡무가 많은 상황에서 왜 수업연구를 하지 않느냐고 교사들을 (비판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 당선인은 “교원업무 정상화를 위해 잡무를 대대적으로 경감시키기 위한 것을 첫 번째 정책과제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혁신학교 확대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둘째 아이가 현재 혁신중학교에 재학 중인데 굉장히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며 “하지만 이후 일반고나 특목고로 진학하게 되면 혁신학교의 좋은 수업방식이 연장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혁신학교의 수업이 고교 단계에서도 연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한 학부모가 “금천구는 시교육청으로부터는 혁신교육지구로, 서울시로부터는 교육우선지구로 선정돼 있는데 겹치는 사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제안하자 조 당선인은 “중복사업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함께 새로운 분업·협업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도 이어졌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2학년 한민성군은 “이과 학생들은 (수능에 안 나오는) 생활과 윤리를 왜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데 이건 우리 교육이 너무 공부에만 빠져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학교가 공부보다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2학년 임하연양은 “수업시간을 5분씩 줄이면 독서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장래희망이 승무원이어서 관련 책을 찾아봐도 학교 도서관에는 한 권밖에 없어 아쉽다. 학교 도서관에 직업 관련 도서를 더 많이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도 무상급식을 고교 단계까지 확대해달라는 의견과 보건교사를 2인 배치해달라는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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