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21일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12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업무상 횡령 등)로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구속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횡령 사실과 함께 지난 2004년 12월 하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또 2006년 8월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도 모두 인정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 주려고 만든 돈인데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형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구속이 필요한 정도의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盧 의혹’ 수사 탄력=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12억5,000만원이 개인 차원의 비자금인지, 아니면 노 전 대통령을 위한 돈인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검찰은 또 차명계좌에 박 회장의 돈 3억원이 남아 있는 점을 확인하고 3억원과 관련된 진술을 번복한 배경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12억5,000만원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비자금 조성과정을 노 전 대통령은 과연 몰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 전 비서관의 신병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비자금이 수차례에 걸쳐 뭉칫돈으로 만들어졌고 원금에 대한 이자만 일부 지출됐을 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에 주목해 노 전 대통령이 조성 과정에 묵시적으로 관여했거나 이 돈 자체가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자금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비자금 12억5,000만원을 조성한 것뿐만 아니라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와 3억원, 그리고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보낸 3만달러의 ‘청와대행’에 모두 관여했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논의한 이른바 ‘3자 회동’의 멤버이기도 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밝히는 데 핵심 고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비서관 구속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 의혹에 대한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 ‘鄭 압박카드’ 있나=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압박할 모종의 카드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이 박 회장의 3억원이 권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낸 것도 정 전 비서관을 압박할 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박 회장이 검찰이 제시하는 근거자료에 쉽게 진술한 것과는 달리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고향친구이자 ‘집사’로 불릴 만큼 가까운 최측근 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입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라는 글에서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기 바란다”며 언론의 과잉취재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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