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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뒤집어 보고 작품 해체해 보자!’ 고전 미술에서 작가는 시대를 주도하는 사조를 좇아 일관된 양식으로 작품을 선 보이곤 했다. 그리고 회화나 조각 등 작품들은 결과물로서 감상자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작가는 끊임없이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매체에 도전해 관람자들을 놀라게 한다. 동시에 작품은 단순 감상용을 넘어 제작 의도와 맥락을 드러냄으로써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 참여까지 유도한다. 이를 반영한 색다른 기획전이 미술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두아트서울ㆍ두가헌 ‘B-사이드’전=추상표현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붓질이 벽을 뒤덮고 있다. 제목은 ‘추상의 정원’. 실험적인 이 작품이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이동기 작가의 것이란 걸 알면 관람객은 또한번 놀란다. 여행일지 형식의 흑백사진을 선보인 사람은 머리카락을 이용한 거미줄 같은 조형작품으로 유명한 함연주. 10년 전 촬영한 사진을 처음 인화해 공개했다. 사간동 두아트서울과 두가헌 전시장의 ‘B-사이드’전에서다. 음악용어로 B-사이드는 상업성을 띤 대표곡들이 실린 A-사이드가 아닌 비상업적인 내면을 지칭한다. 전시기획자 김성원씨는 “작가들이 생각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작업들, 대중취향으로 치우친 작품 경향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의 기회”라고 소개했다. 상업화랑에서 미술관급 전시를 연 것도 이채롭다. 강홍구ㆍ도윤희ㆍ잭슨홍ㆍ문형민ㆍ박미나ㆍ정재홍 등 30~40대 인기작가 22명이 출품했다. 거리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어 사회상을 반영하는 44(사사)는 전세계 길거리 화가들이 그려준 자화상 26점을 걸었다. 도록에서 작가의 기존작과 ‘B-사이드’를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10월12일까지. (02)2287-3500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창작해부학’=한마디로 다양한 창작의 과정과 완성작품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지난 5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젊은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홍경택은 음악의 느낌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곤 한다. 전시장에는 그에게 영감을 준 음악들이 현란한 조명과 함께 흘러 감상자에게 공감의 폭을 넓혀준다. 공중에 뜬 돌, 귀 달린 벽 등 합성사진인 듯 착각하게 만드는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유현미는 ‘제작 기밀’과도 같은 작업 세트를 전시장에 옮겨놓았다. 영상설치 작가 박준범은 아예 작업실을 전시장에 지었다. 구동희ㆍ리경ㆍ오상택ㆍ이민호ㆍ임택ㆍ김윤수ㆍ이해민선ㆍ뮌 등 15명이 참여해 40여 작품을 선보인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독특한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을 통해 작품이 왜 비싼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15일까지. (031)481-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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