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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난제인 KBS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KBS가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상업방송과 다른 '국민의 방송' 역할을 하기 위해 수신료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광고재원을 줄여 공영성을 높이는 데 KBS 측의 인상폭이 적정하다는 주장이 있는 것에 반해 낮은 TV 직접수신율을 감안하면 시청자의 이중부담이 우려되고 공정보도 논란과 관련된 국민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는 반대 입장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상업성 매몰되지 않는 공영방송 30여년 묶어뒀던 족쇄 풀어줘야
이달 초 KBS 이사회가 월 4,000원으로 하는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함에 따라 노무현·이명박 정부 이래 '삼세판'째로 수신료 불꽃이 점화됐다. 자조 섞인 비유로 지난 33년 동안 수신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준인 월 2,500원(연 3만원)으로 동결돼왔다.
수신료 인상은 KBS가 한류 확산과 K팝 등 글로벌 문화의 전진기지로서뿐만 아니라 상업성에 매몰되지 않고 품격 있는 공영방송으로서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또한 수신료 인상은 정체기에 빠진 한국 미디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견인차다. KBS가 이번에 제출한 안대로 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 재원 비율을 축소한다면 KBS는 약 2,700억원의 플러스 효과가 있으며 다른 미디어 시장에는 KBS 광고비 축소분만큼 2,100억원의 재정이 확대된다. 수신료 인상은 수년 동안 연 매출액 10조~11조원 규모로 고착돼 있는 국내 방송 시장에 약 5,000억원의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수신료 인상의 최종 해법은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KBS 지배 구조 및 공정성 보장 장치에 대한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 나와야 한다.
여권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와 공정성에 대한 합리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정공법만이 수신료 인상의 해법이며 그 이외에는 우회로나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과거 두 차례의 수신료 논의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지 않는가. 야권에서도 보도 및 제작국장 직선제와 같이 사실상 KBS 경영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수신료 인상은 '종편 밀어주기'라는 견강부회식 반대 논리로는 더 이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공영방송 지배 구조와 공정성 논의는 공영방송의 구조적·역사적·정치적 특성상 여권 프리미엄을 다소 인정하는 현실적 범주 내에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거 야권이 집권당이었던 시절에 수신료 인상을 주도하면서 지배 구조 개혁이나 공정성 보장 장치를 논의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비유컨대 집권당 시절에는 시침 뚝 떼다가 지금에 와서 보따리 다 내놓으라는 것 아닌가.
KBS 사장 선출 시 여야 추천 이사들이 사실상 합의해야 하는 특별다수제(전체 이사들의 3분의2 이상 찬성)는 명분상 설득력이 있지만 정책적 실효성은 의심된다. 실질적으로 정책 실효성이 있는 '대통령 지명-방송통신위신위원회와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 프랑스 모델을 대안으로 제언한다. KBS 이사회의 여야 추천이사들 중 일부 이사들을 준(準)상임제로 둬 야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겠다. 사내에서 편집권이나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때에 KBS 이사회에서 합의 추천하는 옴부즈맨제도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옴부즈맨은 KBS를 비롯한 언론계 출신이나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계·학계 인사 등으로 임시위원회 형식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여야의 가파른 대치정국이나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생각한다면 수신료 인상은 이른바 정무적 판단으로 보면 과거 여건보다 훨씬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늘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이 현재의 경색된 정국의 해빙과 함께 수신료 인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KBS 수신료 인상은 방송학적 접근을 넘어서는 정치적 영역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척도다.
● 반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실제 수신료 수입 9배 이상 증가 정치적 중립·공정성 확보가 먼저
지난 10일 KBS 이사회 여당 추천이사들은 단독으로 임시이사회를 열고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처리했다.
KBS 사장은 여당 추천이사들의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수신료 인상은 공영성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재 KBS의 모습을 보면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공정성, 공익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KBS의 편파 보도 태도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KBS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정보기관들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사건을 보도하면서 국가정보기관들의 대선 개입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를 누락했다. 국가권력기관들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에 대한 비판적 여론 확산을 막고 폭염 소식과 같은 아이템들을 주요 뉴스로 보도해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축소하거나 없애려는 시도에 앞장서왔다.
이처럼 KBS가 정권 지향적 편파 보도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도 방송의 공정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워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신뢰성도 없고 염치도 없는 요구사항인 것이다.
이와 함께 KBS는 수신료 인상의 또 다른 명분으로 1981년 이후 30년 이상 수신료가 동결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KBS 수신료 수입은 1981년 632억7,700만원에서 2012년 5,851억4,700만원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전력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해 강제 징수하면서 1993년까지 50% 미만에 머물렀던 수신료 징수율이 99%로 2배가량 증가하면서 실제 수신료 수입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1981년 이후 KBS 수신료 수입이 실질적으로 9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수신료 동결을 내세워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은 직접수신율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를 보면 케이블이나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 TV를 직접 수신하는 비율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2006년 17.6%였던 직접수신율이 2010년에는 9.7%, 그리고 2012년 7.9%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지상파 TV에 대한 직접수신율이 8%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직접수신으로 KBS를 시청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 가입비와 수신료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처럼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따라서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국민들이 기꺼이 수신료를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이러한 문제점들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그리고 공영성 확보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 없이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수신료 납부 당사자인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정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현재 KBS는 국민들의 요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정치 권력의 요구에만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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