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 떠먹으니 입안 가득 청량감이 퍼졌다. 달콤한 망고에 새콤한 요거트가 조화를 이룬 아이스크림이 동남아의 열대성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듯했다. 현지의 흔한 과일에 한국산 원재료를 결합해 탄생한 이 제품은 현지인들도 처음 대하는 맛일 정도로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벌써 두어 달 전의 일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시가지 한편에 이색적인 간판을 내건 그날, 매장을 방문해 아이스크림을 시식하면서 한국 청년 사장의 창업을 격려해줬다. 얼마 전에 현지 무역관을 통해 들으니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아 이동식 푸드트럭까지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란다. 젊은 사장의 포부대로 '눈 내리는 캄보디아(Snowing in Cambodia)'가 머잖아 실현될 것 같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취업·창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2년 전 처음 해외취업·창업 사업을 개시할 때는 막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통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를 푸는 길이고 글로벌화 과정에도 부합하니 힘들어도 해보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글로벌화가 상품교류(수출과 수입)로 시작해 자본이동을 거쳐 인력이동 단계로 들어선 만큼, 바야흐로 이제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시대다.
하지만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낯선 기후와 풍토는 물론 문화적 이질감의 극복은 기본이고 공유가치창조(CSV·Creating Shared Value)의 관점에서 신흥국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무장하고 꿈을 키워가지만 국내의 동료들과 비교해 보면서 남모를 좌절과 소외감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고민하고 기꺼이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는 등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요구된다.
선배의 성공적인 창업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프놈펜에서 열린 '제2기 글로벌 청년 예비창업가'들의 창업경진대회는 열기가 대단했다. 버려지는 아열대 나뭇잎을 활용해 친환경 일회용품 용기를 만드는 사업 아이템, 해외관광객을 위한 버스 서비스 정보 애플리케이션 등이 발표됐다. 현지의 한국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이동식 진료센터 운영사업을 발표한 팀이 1등을 차지했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디어들이 참신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해외진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KOTRA에서는 하노이·자카르타·상파울루·두바이 등지에서도 상생협력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외취업·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현지에서 1~2년간 머물 수 있도록 공간과 자금과 사업개발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만한 '비빌 언덕'이 마련돼 있으니 신흥국에서 해외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문을 두드려 보시기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